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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민춘추 인사독립 시행 2년…지방의회, 희망은 있나

기사입력 2024/07/08 [20:47]

[기자수첩] 도민춘추 인사독립 시행 2년…지방의회, 희망은 있나

권영대 | 입력 : 2024/07/08 [20:47]

[팩트경북=권영대 기자] 제9대 지방의회가 반환점을 돌며 일제히 원구성에 들어간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이는 대구·경북지역 시·군 의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9대 후반기 의회가 시작도 하기 전 온갖 잡음이 꼬리를 물고 있다.

▲ 권영대 본부장.    

 

영천시의회는 지난달 열린 제238회 정례회에서 영천시가 제출한 추경예산 중 홍보예산 12억 원 전액을 삭감해 노골적으로 지역홍보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영천시가 요구한 홍보예산 12억 원은 전액 시정홍보에 집중돼 있다. 요즘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와 유튜브를 활용한 지역홍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택 아닌 필수다.

 

또 대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역 대표 농산물 홍보를 통한 판매 촉진으로 농가 소득을 올리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의회가 홍보비 전액을 삭감한 것은 시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사다.

 

반면 영천시의회는 자체 홍보예산을 1억원이나 증액해 머리를 갸우뚱하게 한다. 영천시 홍보는 필요없다면서 시의회 홍보는 왜 강화해야 하는지 시민들로선 납득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무소속 최기문 시장에 대한 치적쌓기 방지용이 아니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천시의회는 지난해 말 2024년 당초예산 심사 과정에서 읍·면·동도 모르는 주민숙원 사업비 36억원을 신규 편성해 셀프예산 증액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주시의회는 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의원을 시민행복위원장으로 선출해 논란이다. 이 사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시의회에 징계 조치를 통보해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개혁신당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시민행복위원장 선출이 공명정대하지 못했다고 강력 성토했다.

 

대구 중구의회는 후반기 의장단이 각종 비위로 구설에 오른 의원들로 꾸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의회 지도부 4명 중 3명이 범법과 탈법 전력이 있거나 조사 중이다. 따라서 이들이 의회 지도부의 75%를 차지하면서 과연 의회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지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북 정치 1번지라 불리는 포항에서는 시의원간 감투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포항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하루 앞두고 비공개 모임을 간담회를 열어 각 상임위원장을 내정했다.

 

이날 5개 상임위원장에 모두 초선이 발탁되자 상임위원장에 지원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들이 집단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의회 운영과 포항시와의 협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상임위원장 자리는 다선 의원이 맡는 게 관례로 돼왔다. 지역사회 여론을 잘 수렴해 의정에 반영하고 집행부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치를 위해선 관록과 경험을 지닌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8대 의회 후반기부터 점차 이러한 관례가 깨지기 시작하더니 9대 전반기 의회에서는 초선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휩쓸다시피 했다.

 

그나마 3선의 민주당 박희정 의원이 자치행정위원장을 맡으면서 다선 전멸은 면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5개 상임위원장 모두 초선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채워지면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당초 5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8일로 연기했다.

 

포항시의회 의원 33명 중 7명인 민주당 의원들은 전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적어도 1석 이상 상임위원장이 배정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의장과 부의장에 이어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독식하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이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민주당·개혁신당 의원 8명은 앞서 열린 의장단 선거를 두고도 야합이라며 선거에 불참했다.

 

포항시의회는 이번 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뿐 아니라 그간 각종 문제점이 노정(露呈)돼 왔다. 올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조사에서 포항시의회는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이는 시의원들의 잇단 비위, 갑질 행위로 인한 당연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 의원 해외연수 횟수가 전국 기초의회 중 단연 1위를 차지해 시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또다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지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시민의 대변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3일 포항시의회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장재각 의회 전문위원을 사무국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2022년 1일 13일 시행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 뜻깊은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는 단지 법과 제도만으론 완성될 순 없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그것을 시행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갈린다.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역량, 도덕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지방의회는 사실상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살찐 돼지처럼 권한은 강화된 반면 그에 따르는 책임과 도덕성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지방의회 권한 강화는 강도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격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주민복리와 지역발전을 위한 집행부 예산을 마음대로 난도질하는 칼춤을 일삼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오늘(8일) 열리는 포항시의회 상임위원장 선출은 향후 2년간 포항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당리당략에 따른 나눠먹기식 자리 배분이 아닌 시민이 공감할 수 있고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 선출된 김일만 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는 원활한 원구성을 위해 의회를 질서 있게 운영하고 갈등을 조정할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만일 또다시 여야간, 의원간 갈등으로 얼룩진다면 2년 후 시민들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게 될 것이다. 지금 50만 포항시민의 눈이 시의회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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